카드 카운터 - 28. 물의 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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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물의 사막




  “와인 하시겠어요?”


  정갈한 하늘색 복장의 승무원이 한 손에 와인을 들고 한서에게 물었다. 한서는 괜찮다며 손을 저었다.

 

  “지금 우리 비행기 곧 마카오 국제공항에 도착 합니다. 현재 마카오의 시간은 11시 20분이며, 기온은 섭씨......, ”


  기장의 안내 방송이 들려오자, 수면안대를 쓰고 누워 있던 다영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조금 있으면 도착 한대요.” 한서가 다영에게 속삭이듯 일러 주었다.


  잠시 후.

  마카오 국제공항에 도착한 다영과 한서는 곧바로 택시를 잡아탔다. 여행객이라 하기에는 너무나도 단촐 한 그들의 짐 가방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아주 급하게 온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정말......, 살아 계실까요?” 다영이 말했다.


  “그러길 바래야죠.” 한서가 짧게 대답했다.


  “그런데, 카지노도 망할 수가 있나요?”


  “카지노도 돈으로 움직이는 곳인데 돈을 크게 잃으면 당연히 망할 수도 있지요.” 한서는 자기도 모르게 태삼이 했던 말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었다.

 

  5년 전.

  태삼은 먹음직스러운 비비큐 후라이드 치킨이 놓여 있는 테이블을 앞에 두고 한서와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니는 꿈이 뭐냐?” 태삼이 물었다.


  “돈 따는 거요?” 한서가 닭다리에 집중 하느라 태삼의 눈도 처다 보지 않고 건성으로 대답했다.


  “돈 따서 뭐 하는 게 꿈이냐고 이놈아.......”


  “몰라요.” 여전히 건성건성 한 한서였다.


  “니는 자알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와서 말이지만 내가 사실은 니를 내 병정으로 키울 라고 했었거든.”


  “병정이요? 그 막 아바타 처럼 대신 도박하고 주인이 시키는 대로 배팅 하고 그러는 거 말이에요?”


  “그랴 맞다 그거.......”


  “내가 하란다고 했을 것 같애요?” 한서가 어림도 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니는 다영이 덕분에 산 건 줄만 알어.”


  “그러는 싸부님은 꿈이 뭔데요?”


  한서는 그간 저 살기에만 바빠 지금껏 단 한 번도 그에 대해 무엇인가를 궁금해 해 본적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내는 말이여. 카지노를 이겨 보는 게 소원이다.”


  “도박을 잘 할라믄 노력을 하란 말이여 노력을!” 한서가 태삼이 늘 자신에게 하는 말을 흉내 냈다.

  태삼은 한서의 농담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 카지노 한테 지는 건 뭐라고 생각 하냐?


  “그야 오링 되면 지는 거죠.”


  “그라지? 마찬가지로 카지노를 오링 시켜야 그기 바로 카지노를 이겨 먹는 거란 말이여.”


  “카지노를 어떻게 오링 시켜요? 카지노가 망할 수도 있나?”


  “카지노도 돈으로 움직이는 곳인데 돈 많이 잃으면 당연히 망할 수도 있는 거 아니겄냐?”


  “역시 싸부님 이십니다! 진정한 노름꾼이라면 카지노 기둥뿌리를 뽑아 버린다는 정도의 야망은 있어야죠. 그런데 얼마 정도 먹어야 카지노가 망할까요?”


  한서는 갑작스런 호기심이 발동한 듯 스마트폰을 열어 뭔가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어디보자......, 강원랜드 년 매출이 1조 7천억 정도에 영업이익이 6천억 정도고 시총이 7조가 넘으니까......, 아 여긴 힘들겠다.”


  한서가 열심히 검색 결과를 중얼거리자 태삼이 놀란 눈으로 한서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았다.


  “와마 놀랠 노자네......, 요즘은 카지노가 얼마 버는지 까지 인터넷에 다 나온다냐?”


  “그럼 파라다이스 정도? 여기는 년 매출이 7천억 정도에 영업이익은 6백억, 시총은 1조 3천억......, 음......, 여기도 힘들겠군.......”


  “500억 정도면 충분 할 거여.” 태삼이 말했다.


  “500억 이요?”


  “그라지......, 내가 망하게 하고 싶은 그 카지노는 500억 정도면 바로 골로 보낼 수 있을 거여.”


  “그런데 카지노는 망하게 해서 뭐 하시려 구요?”


  “복수 할라 그라지.”


  “복수요? 뭘 복수하는데요?”


  “내 가족, 내 친구 까정 다 죽게 만든 그 카지노 놈들을 다 싸그리 망하게 하는 게 내 꿈이여.”


  “싸부님 실력 정도면 충분히 하실 수 있을 거예요.”


  “그게......, 시드가 딱 500억만 있으면 어떻게 해 보겄는디. 그걸 만들 수가 있어야제.......”


  “시드 500억 이요? 싸부님도 저처럼 ‘18’만 년 쯤 걸리시겠는데요.”


  “그라지.......” 태삼이 체념하는 듯 한 표정으로 웃었다.


  “그런데 그게 어딘데요? 그 망하게 하고 싶다는 카지노.”


  한서의 질문에 태삼이 회한에 잠긴 표정으로 나지막이 속삭였다.


  “수사.......”


  다시 현재, 마카오.

  다영과 한서의 눈앞에 커다란 한자어로 ‘水沙(수사)’라고 새겨진 카지노 건물이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물의 사막이라......, 그럼 바다를 말하는 건가? 결국 마지막에 바다에서 발견 되었으니 뭔가 앞뒤는 맞아 떨어지는 것 같네요.”


  다영이 울먹이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과하다 싶게 생기발랄했던 그녀였지만 막상 이곳에 도착 하니 감정이 북 받혀 오른 것이 분명했다.

  수사는 다영의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묵었던 카지노 호텔 이었다. 운명의 소용돌이가 있었던 그 곳을 실제로 와 보니 그 동안 잠시 잊고 지냈던 옛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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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잡초 2020.01.20 21:47  

잘보고 갑니다..

하얀구름 2020.11.15 13:53  

잘보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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